유엔저널 이미형 기자 | 지난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한 사내가 거침없이 세계 최강 일본을 꺾고 유도 금메달을 따내며, 대한민국에 희망의 깃발을 들어 올렸다. 그는 ‘구국의 별’이라 불린 하형주였다. 지난해 말,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되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일은 그가 대한민국 스포츠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그의 승리는 단순한 메달 획득이 아니었다. 국민의 사기를 북돋우는 불꽃이자,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반전시킨 국가적 환희의 상징이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지금, 하형주는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으로 대한민국 체육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역사적 중책을 맡고 있다.
하형주는 선수 생활 은퇴 후에도 전설로만 머물지 않았다. 동아대학교 체육학과 교수를 지내며 2002 부산아시안게임 유치에 깊숙이 관여해 최초로 북한 선수단의 아시안게임 참가를 이뤄냈다.
당시 북한의 유도 영웅 계순희와 함께 개막식 성화 최종 점화자로 나선 장면은 국민 모두의 심금을 울렸던 일이었다. 이후,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상임감사를 거치며 대한민국 스포츠 행정과 교육 현장을 폭넓게 경험한 그는, 마침내 대한민국 대표 체육 행정기관인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서울올림픽의 숭고한 정신과 가치, 이제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 알려야 할 때”
하 이사장은 생활체육의 저변 확대, 유·청소년 체력 강화, 은퇴 선수의 인생 2막 지원 등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스포츠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또, 다가오는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앞두고 국민체육진흥기금 지원을 통해 국가대표 선수단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으로 한국 스포츠의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88서울올림픽의 산 증인이자 올림픽 정신을 직접 체현한 금메달리스트로서, 그는 서울올림픽이 남긴 유산이 단지 기억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88서울올림픽은 수출해야 할 자산입니다. 그 숭고한 정신과 기술, 운영 노하우는 지금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 2013년부터 62개국 개도국 스포츠 행정가 221명에게 석사학위를 지원하며 우호적 국제 네트워크 형성을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하 이사장은 한국형 체육 정책과 경기장 인프라, 운영 시스템을 전수하는 ‘스포츠 ODA 전략’을 직접 설계 중이다. 이를 통해 체육을 외교의 언어로 삼아, 세계를 향해 대한민국의 스포츠 노하우를 전파해 기존 사업과 함께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형주 이사장을 단순히 체육 행정가라는 수식어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동아대학교 교수로 38년간 재직하고, 미국과 일본에서 체육 교수로 강의 활동을 하는 등 학문과 현장을 아우르는 체육 교육 전문가이자 실천가다.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해 10월 개최한 ‘서울올림픽레거시 포럼’의 일환으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아시아패럴림픽위원회(APC), 서울특별시, 2027 충청권 하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 등 국내·외 17개 메가 스포츠 레거시 관리주체가 참여한 가운데 ‘글로벌 스포츠 ESG 선언’을 추진하며 스포츠 외교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하 이사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 하반기 ‘서울올림픽레거시 포럼’에 맞춰, 약 30개국 이상의 주한 외국 대사들을 초청해 88서울올림픽의 경기장 설계, 체육 행정, 인프라 운영 시스템 등을 공유하는 ‘국제 스포츠 외교 포럼’을 구상하고 있다. 포럼이 실현되면 단순한 사교의 장을 넘어, K-스포츠 외교의 새로운 문을 여는 상징적인 행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 이사장이 그리는 스포츠 외교는 단순한 국제 교류를 넘어선다. 경기장 설계와 운영 기술, 정책 매뉴얼 등은 수출형 콘텐츠로 전환될 수 있으며, 이는 스포츠산업뿐 아니라 관광, 교육, 문화산업에 이르기까지 복합적 파급력을 지닌다.
“스포츠는 사람을 잇고, 국경을 넘는 언어입니다. 대한민국의 스포츠는 외교이며, 미래 자산입니다.”
하형주. 그는 금메달로 국민에게 희망을 안긴 스포츠 영웅을 넘어, 오늘날 대한민국 체육을 세계로 이끄는 리더를 꿈꾸고 있다. 그의 발걸음은 여전히 힘차고 단단하다.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는 지금, 그의 손끝에서 다시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