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총사 칼럼] “청연淸然 강경희작가의 ”먹의 침묵, 색의 사유“
- “청연淸然작가의 캘리와 K-민화가 만나는 자리”
- 마음이 먼저 그림이 되다...마음을 씻는 수행의 흔적
- “먹과 색, 한국의 정신이 세계와 대화하다.”
유엔저널 김동현 대기자 | 청연淸然 강경희의 작품 세계는 ‘보여주는 회화’ 이전에 ‘머무르게 하는 회화’다. 그의 캘리그라피는 글자를 쓰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을 씻는 수행의 흔적에 가깝다. 번짐과 여백, 멈춤과 흐름이 동시에 존재하는 먹의 호흡 속에서 문장은 의미를 설명하지 않고, 관람자의 마음을 고요로 이끈다. 특히 화면을 가르는 먹의 농담과 파편처럼 흩어진 여백은, 현대인이 잃어버린 사유의 속도를 되돌려 놓는다. 강경희의 캘리는 ‘강하게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깊이 말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는 선禪의 언어이자, 동양 회화의 본령이다. 함께 제시된 K-민화 책거리 작품은 전통 민화의 길상적 상징을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책과 문방구, 붓과 화병, 그리고 화면 전면에 놓인 수박은 단순한 정물이 아니다. 수박은 풍요와 생명, 책은 지혜와 축적, 붓은 창조와 실천을 상징하며, 이 모든 요소는 ‘삶을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강경희의 민화는 화려함보다 단정함, 과시보다 정갈한 질서를 택한다. 색은 말하고, 형태는 절제하며, 상징은 조용히 숨 쉰다. 이것이 바로 K-민화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방식임을 그의 작품은 증명한다. 캘리와 민화, 추상과 구상이 한 작가 안에서 충돌하지 않고 공존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강작가의 작업에서 인상적인 점은 캘리와 민화, 추상과 구상이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세계로 수렴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그의 예술은 기법이나 유행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 수행적 성찰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장식이 아니라 사유의 공간이 되며, 감상이 아니라 체류의 시간이 된다. 그의 작품 앞에 서면, 우리는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작가노트 | Artist Note 맑을 청淸, 그러할 연然...마음이 먼저 그림이 되다. 나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먼저 마음을 씻습니다. 먹이 번지는 속도는 내 마음이 고요해지는 속도와 같고, 색을 얹는 시간은 세상을 다시 믿어보는 시간입니다. 캘리그라피는 말을 꾸미기 위한 글씨가 아니라 말 이전의 마음을 남기는 기록입니다. K-민화는 옛 그림을 따라 그리는 작업이 아니라 지금의 삶에 필요한 복과 지혜를 다시 불러오는 의식이라 생각합니다. 책을 그리고, 붓을 세우고, 수박 하나를 화면에 올려놓는 이유는 잘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바르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내 그림이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느리게 하고, 잠시 숨을 고르게 만든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청연 淸然 강경희 문화체육관광부 사단법인 세계평화미술대전 조직위원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