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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총사 칼럼] 잠 못 이루는 사회, 우리의 ‘전전반측輾轉反側’

- 불안 속에서 뒤척이는 청년들을 보라!
- 종교·교육·정치까지 신뢰를 잃은 사회

유엔저널 김학영 기자 |  밤잠을 설치며 몸을 뒤척이는 모습을 옛사람들은 전전반측輾轉反側이라 말했다. 걱정, 근심,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가슴에 얹혀 숨을 막을 때, 사람은 누워 있는 자리에서도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다. 그러나 오늘, 전전반측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뒤척이고 있다.

 

 

불안 속에서 뒤척이는 청년들을 보라! 일자리, 집값, 미래 불확실성. 청년들은 오늘도 잠들지 못한다. 희망이 아니라 계산과 경쟁이 하루를 지배하고, 꿈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버티는 삶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졌다. 이 나라의 미래가 가장 깊은 밤을 건너고 있는 것이다.

 

부모 세대의 전전반측, ‘지켜만 볼 수 없는’ 세상이다. 자식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당장 무엇을 해줄 수 없는 부모는 매일 밤 가슴을 끌어안고 뒤척인다. 사회 구조의 틈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기 위해 모두가 안간힘을 쓰는 시대, 전전반측은 세대 전체의 감정이 되고 말았다.

 

종교·교육·정치까지 신뢰를 잃은 사회의 뒤척임은 세상 어디에도 기대어 편히 숨 돌릴 ‘등받이’가 없다. 부패한 제도와 불투명한 행정, 신뢰를 잃은 교육과 종교, 답 없는 갈등의 정치로서 사람들이 혼란과 의심 속에서 밤을 지새우는 것은 결국 공동체가 제공해야 할 안전과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전전반측은 개인의 불면이 아니라 사회 신뢰의 붕괴가 만들어낸 집단적 불면증이다.

 

이제는 사회가 ‘편안히 누울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다시 배워야 할 것은 단순하다. “사람을 걱정시키지 않는 사회” “뒤척이지 않아도 되는 구조” “희망을 잠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이 눈 뜨는 아침을 맞게 하는 나라” 그것이 바로 전전반측의 시대를 끝내는 첫걸음이다.

 

전전반측의 밤을 지나, 새벽을 준비해야 한다. 밤이 길어질수록 새벽은 가까워진다. 우리 사회의 뒤척임도 언젠가는 멈춰야 한다. 그리고 그 멈춤은 지도자의 한마디가 아니라 정직한 제도, 투명한 행정, 사람을 세우는 교육, 그리고 서로를 신뢰하는 공동체에서 나온다. 전전반측은 불안의 언어이지만, 그 끝에는 늘 하나의 바람이 있다.

 

“이 밤이 지나면, 부디 더 나은 아침이 오기를.” 대한민국은 지금 그 아침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 아침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