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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총사 칼럼] “신뢰가 무너진 순간, 외교는 힘을 잃는다.”

- 외교의 세계는 복잡하지만, 그 근본은 단순하다.
- 진정성 없는 외교, 세계는 더 이상 속지 않는다
- 공동체 신뢰의 붕괴와 국가이미지의 상관성

유엔저널 이길주 기자 |  신뢰(Trust). 이 한 글자가 무너지면 아무리 강한 국력도 설득력을 잃고, 아무리 화려한 외교 메시지도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온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각국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만큼 ‘말과 행동의 일치’가 외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겉으로는 협력을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배타적 이익을 계산하는 ‘면종복배面從腹背’적 태도가 국제 관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외교의 이중성은 비단 국가들 사이뿐 아니라 국내 정치와 사회에서도 반복된다. 공공의 자리에선 공정을 말하지만, 비공식 자리에서는 이익을 좇고, 표면적 합의 뒤에는 숨은 조건과 이중적 메시지가 뒤따른다. 이런 불일치는 결국 단기적 이익은 가져올지 몰라도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도와 국가 이미지는 결국 큰 상처를 입는다.

 

불교에서 말하는 삼업청정三業淸淨말·행동·뜻이 하나 되는 경지는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수행의 원리가 아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말이 행동과 다르고, 행동이 의도와 다르면, 그 국가는 신뢰받기 어렵다. 신뢰가 없는 국가는 외교의 무대에서 힘을 잃는다. 국가 이미지와 국제 신뢰도는 2025년을 사는 오늘날, 군사력이나 경제력보다 더 빠르고 무겁게 작동하는 ‘무형의 국력(Intangible Power)’이다.

 

이 무형 자산은 오래 걸려 쌓이지만, 한 번 무너지면 순식간에 사라진다. 따라서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말은 얼마나 진실한가, 행동은 얼마나 정직한가, 그 진정성이 세계 앞에 얼마나 투명하게 드러나고 있는가. 겉으로는 협력을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도리를 저버리는 시대는 오래가지 못한다.

 

국가든 개인이든, 결국 마지막까지 남는 힘은 ‘신뢰’다. 그 신뢰를 지키는 길은 거창하지 않다.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고, 단기 이익보다 장기 명예를 선택하며, 겉과 속을 하나로 맞추는 단순한 원칙을 지켜가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더 이상 형식적 외교에 속지 않는다. 진심을 가진 나라, 진실을 지키는 지도자, 말과 행동이 같은 공동체만이 21세기 외교의 주도권을 쥔다. 신뢰가 무너진 순간, 외교는 힘을 잃는다. 그러나 신뢰를 지키는 나라에게는 어떤 국경도, 어떤 장벽도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