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저널 전득준 기자 | 회화와 증강현실(AR)을 매개로 이동과 정착, 기억과 상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탐색하며 삶을 하나의 '여정'으로 바라보는 2026 제주갤러리 공모 선정작가 이선희의 개인전 《노마디즘(Nomadism)》이 7월 20일까지 서울 인사동 제주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노마디즘'은 유목민(Nomad)에서 유래한 개념이지만, 이선희에게는 삶과 작업을 관통하는 창작의 태도이다. 전시는 '보이는 세계', '가상의 세계', '내면의 세계'라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Nomos 1 | 제주 : 보이는 세계'에서는 대표 연작 〈아무튼 한라산부터 시작합시다〉를 비롯한 제주 풍경 시리즈를 선보인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만난 제주의 자연과 사람들은 기억과 상상이 교차하는 심리적 풍경으로 재구성된다. 형광 주황색은 해녀의 테왁과 감귤을, 연꽃잎을 변형한 프레임은 서로 다른 세계를 잇는 문을 상징한다. 대형 회화는 감귤나무와 밤하늘, 현무암과 초목을 생명의 풍경으로 엮어내며 제주를 현실과 기억이 공존하는 장소로 확장한다.


'Nomos 2 | 가상 : 잊혀진 숲'은 증강현실(AR) 작품으로 구현된다. 대표작 〈잊혀진 숲〉(2026)은 사라진 자연과 사람들, 보이지 않는 기억을 가상의 숲으로 불러낸다. 작품은 AR 기기를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으며, 기기를 벗는 순간 흔적 없이 사라진다. 이 경험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어 존재와 부재, 기억과 망각의 의미를 사유하도록 이끈다.

'Nomos 3 | 내면 : 자아결정'은 참여형 사유의 공간이다. 『자기 결정』에서 출발한 이 공간은 책을 읽고 작은 책을 만들어보는 체험을 통해 자신의 삶과 선택을 돌아보게 한다. 전시는 감상을 넘어 관람객 각자의 삶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여정을 제안한다.
이선희의 회화는 강렬한 색채와 유희적인 상상력 속에 삶과 관계, 시간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다. 팬데믹 이후 더욱 선명해진 '오늘'의 감각은 현재의 작업 전반에 스며 있으며, 작가가 말하는 노마디즘은 목적지를 향한 이동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내는 존재의 방식이다.


이번 전시는 회화와 증강현실이라는 두 매체를 통해 제주의 자연과 문화, 개인의 기억과 내면을 하나의 서사로 엮는다. 현실과 가상, 풍경과 기억, 이동과 정착을 넘나드는 《노마디즘》은 동시대의 삶과 존재를 사유하게 하는 예술적 여정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