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의 출근길 산책] 청청한 연꽃에 대한 이야기

  • 등록 2025.07.13 10: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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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고 향기롭게 피어나는 연꽃, 서울 조계사 뜰에 피어나다

유엔저널 이미형 기자 |  글 / 사진 담화총사 창작 설화, 맑고 향기롭게, 그리고 조계사 뜰에 피어난 연꽃의 상징성과 감동을 전한다.

 

먼 옛날, 온 세상은 악취가 감도는 진흙의 바다에 잠겨 있었다.
그곳은 인간의 탐욕과 분노, 욕망과 어리석음이 뒤엉킨 고통의 늪지였고,
수많은 영혼들이 허우적거리며 길을 잃은 채 떠돌았다.

 

그 바다 한가운데, 음습한 어둠 속에서 ‘흑련黑蓮’이라 불리는 검은 연꽃이 피어났다.
그 꽃은 달콤한 향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했지만,
그 향은 곧 독이 되어 사람들의 영혼을 물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저 하늘로부터 한 줄기 찬란한 빛이 내려왔다.
그 빛 아래에서, 세상의 더러움에도 물들지 않는
한 송이 청청한 연꽃이 피어났다.

 

그 연꽃은 바람보다 맑고, 하늘빛보다 청아했다.
진흙 속에서 피었지만, 단 한 점의 탁함도 머금지 않은 채,
그 향기만은 고요히 세상을 감싸 안았다.

 

흑련은 분노에 차 외쳤다.
“이곳은 어둠의 바다다! 모두가 썩어야 마땅한 이곳에
감히 너 하나만 맑게 피어날 수는 없다!”

 

그리고는 온 바다의 어둠을 모아 ‘대항의 바람’을 일으켰다.
의심과 분노, 질투와 두려움이 한데 엉킨 거센 바람이었다.

 

그러나 청청한 연꽃은 조용히 그 바람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말없이, 깊은 숨처럼 속삭였다.

 

“나는 진흙에서 피었으나, 진흙이 아니며
물속에서 자랐으나, 물에 물들지 않느니라.”

 

흑련이 다시 소리쳤다.
“너 하나 맑다고, 이 세상의 어둠이 사라지기라도 한단 말이냐?”

 

청연은 고요히 미소 지으며 답했다.
“나 하나 맑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지라도
나를 본 누군가가 또 다른 연꽃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이 세상의 희망이 아니겠느냐.”

 

그 순간, 흑련의 어두운 심연이 흔들렸다.
그 틈에서 하나의 작은 새싹이 움텄다.
그 새싹은 처음엔 검었으나, 이내 청연의 향기를 받아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흰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청청한 연꽃에 대한 대항은
파괴가 아닌 변화의 시작이 되었다.

 

이후로도 세상은 여전히 진흙으로 가득했지만
서울 조계사 뜰에 핀 그 맑고 향기로운 연꽃은
수많은 이들의 마음에 청정의 씨앗을 심었다.

 

그 씨앗은 다시금 피어나
오늘도 조계사의 뜰을 맑게하고,
세상의 한복판에 연꽃의 길을 밝히고 있다.

 

 

이미형 기자 lmh000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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